군입대 시절부터 취창업 관심

“흔히들 경험했겠지만 군 입대를 하면 졸업 후에 닥칠 진로를 미리부터 걱정합니다. 그래서 군필을 마치면 철이 든다고들 하지요. 음악 전공생들도 똑같이 진로를 걱정합니다. 그런데 졸업 후 진로에 도움이 될 만한 참고도서가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다른 전공에 비해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합니다.”
툴뮤직 정은현 대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음악교육이 시작된 지 120년이 지났건만 그사이 음악을 가르친 분들이나 배운 분들 그 누구도 진로에 대한 책 한 권을 쓰지 않았다는 게 군 시절부터 믿기지 않았다. 제대 후 서점에 가서 진로와 관계된 서적을 닥치는 대로 구입해서 읽었다. 음악의 ‘음’자만 있어도 다 구입했지만 그 어느 책도 음대생들의 취업이나 창업 등 진로를 다룬 책은 없었다. 물론 음악직장인이나 콘서트에 관한 일화, 클래식 지식에 관한 단편적인 책자들은 많지만 그 자리에 가기 위해, 그런 일을 하기 위해 어떻게 지원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밝힌 책은 없었다는 것이다.
“졸업 후에 무엇을 하고 먹고살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면 자존감이 심각하게 떨어집니다. 본인을 원하는 직종과 직업이 많다면 가슴이 활짝 펴지지만, 졸업 후 연주자 이외에는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왠지 초라해집니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학교에 출강하고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음대생들이 직업과 진로 얘기만 나오면 자존감이 한없이 추락하는 것을 체감하고 ‘이것 큰일났구나’ 생각했습니다.”
정은현은 나침반 없이 방황하는 망망대해의 조각배처럼 목표를 잃어버린 제자들과 학생들을 접하고 마음이 쓰렸다. 아니 선배로서 미안하기까지 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진로를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개중에는 여전히 연주자로서의 꿈을 꾸고 유학을 준비하거나 대학원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그러나 학생 중 최소 10% 이상은 진로에 갈급했고 어떻게 해야 취업을 잘할 수 있는지 이리저리 스스로 정보를 찾아 나섰다. 마치 군대시절부터 고민했던 본인처럼…

모든 음악전공자들에게 모티베이션 될 것

정은현 대표는 그렇게 목말라하는 학생들에게 그동안 취업과 창업에 관해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컨설팅을 했다. 음악대학에 진로와 관련된 커리큘럼이 없었기 때문에 취업에 관한 모아놓은 정은현만의 정보를 공개하고, 심지어 응시원서 작성법과 자기소개서 작성법까지 귀띔해주었다.
“놀랍게도 그렇게 컨설팅을 받은 제자들이 속속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취업과 창업에 관한 경험치는 넓어지고, 네트웍도 점차 광범위해졌습니다. 그런 가운데 모든 음대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북을 만드는 것을 소명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책이 ‘음대생 진로 전략서-취업과 창업(사회적기업)을 중심으로’(리음북스 刊)라는 옥고다.
취업과 창업에 성공시킨 실제 사례 없이 이론을 나열했다면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저평가할 수 있지만, 이 책에 담은 정보는 전부 직접 체험한 사례들이다. 정 대표는 이 사례들을 음악대학 특강 시간에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책의 뼈대를 갖추기 시작했다. 음대생 진로 전략서는 그 뼈대에 툴뮤직이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모든 정보를 살로 붙여, 진로의 길을 알기 쉽게 밝힌 본격적인 진로탐색 교재로 펴낸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은 진로 과정과 방법을 공개한 최초의 진로 서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진로를 찾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를 상담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책이 많이 출간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서 막연했던 진로의 로드맵에 누군가 더 상세하게 더 조밀하게 지도를 그려나간다면 음대생들에게는 그보다 더 좋은 컨설팅은 없을 것이다.
“음악을 전공했거나 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진로의 힐링이 되고 모티베이션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음악에도 모티브가 있어야 진행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음악전공자들에게 ‘삶의 모티브’가 되어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고 자존감도 회복하기를 원합니다.”
국내 최초로 음악전공자들의 진로를 본격적으로 다룬 ‘음대생 진로전략서’는 정은현 대표가 자신의 취업 경험은 물론 툴뮤직을 창업하고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해오면서 겪은 체험담을 토대로 취창업 방법을 상세하게 써낸 책이다.
일상의 삶을 포함해 취업과 창업, 결혼과 가정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의 행위는 기획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 대표는 그의 철학에 걸맞게 취업과 창업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꼼꼼하게 기록해 후배들 역시 스스로의 취창업의 기획을 잘 세우도록 안내하고 안내하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취업, 창업, 사회적 기업 등 세 부문 모두 다뤄

이 책은 먼저 대학 음악교육의 커리큘럼에서부터 전문교육자의 부재(不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룬 ‘1장. 현재 음악계의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2장은 정은현 툴뮤직 대표가 직업을 찾아 구도자처럼 걸어온 ‘나의 스토리’를 담았다. 그가 왜 취업과 창업에 대한 조언을 할 수 있고, 그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취득하고 있는지 이 글을 읽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직장을 퇴직한 후 무일푼으로 레슨실에서 취식하며 공간사업을 시작한 이래, 사회적기업에 이르기까지 그간 성장해온 과정을 솔직하게 기록했다.
3장은 취업과 창업에 앞서 자신의 적성을 알아보는 ‘창업과 취업에 앞서’편이다. 취창업 준비생들이 꼭 탐독해야 할 부분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취업과 창업에 도전했다가 실패로 끝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4장부터 6장까지는 이 책의 핵심정보인 ‘취업’과 ‘창업’ 그리고 ‘사회적 기업 창업’편이다. 취업편은 취업을 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그 ‘프로세스’를 밝히고, 각 단계마다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 어떤 학습과 연습을 거쳐야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전공생들이 취업이 가능한 회사와 공공기관을 소개하고 각 기관의 특징과 지원방법 등도 상세하게 다루었다. 전국에 걸쳐 산재한 수백 개의 문화재단과 전국문화예술회관 등의 공공기관을 비롯, 공연대행사, 출판사 등 음악관련 회사도 소개하면서 이들 회사에 취업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기술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취업을 위한 사전 준비요령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페이퍼 작업의 중요성과 작성요령, 응시원서의 종류와 사례 등 성공적인 취업을 위한 응시원서 작성법을 소개하되 세부적으로는 문서작성법, 이력서작성요령, 자기소개서 작성요령, 직무수행계획서 요령과 함께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툴뮤직의 문서샘플도 최초로 공개했다.
이어 취업을 위해 재학시절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자세히 다루었다. 특히 글쓰기와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공부를 당부하고, 취업을 위해 다양한 경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또 졸업 후에도 취업이 안 되면 안정적인 취업만 바라볼 게 아니라 인턴, 육아휴직대체직, 기간제, 계약제 등도 도전해 경험 쌓기를 추천하고 있다.

책 속에 창업의 열쇠 제공

5장 창업편은 창업을 위한 사전 정보와 창업에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을 공개하고, 창업 가능한 직업을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자세히 소개했다. 예컨대 피아노레슨, 공간운영, 중고피아노 판매, 공연대행사, 예술단 창립, 플랫폼 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소상하게 밝혔다. 이와 함께 이 모든 사업 중 대부분 사업을 아우르고 있는 툴뮤직의 비즈니스 모델을 공개하고 있어 창업을 추상적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초보자가 그대로 따라 실행할 수 있도록 창업순서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창업편’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창업자가 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저자는 이런 예술상품의 기획과 제작방법, 보도자료 작성법, 보도자료 및 제안서 작성법 등을 학습할 수 있도록 툴뮤직의 샘플을 공개하고 그 작성법 또한 상세히 그리고 있다.
6장은 이 책의 백미인 ‘사회적 기업편’을 다루었다. 우리는 왜 소셜벤처를 꿈꾸고 창업해야 하는지의 당위성을 밝히고 사회적 기업의 종류와 스타트업, 경진대회, 그리고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지원사업 자료를 소개했다.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과 창업요령

피날레 7장은 음악가진로진흥협회 편을 다루었다. 진로에 대해 담론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음악가진로진흥협회를 설립해 취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을 언제라도 컨설팅해주고 교육시켜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쓰기, 디자인, 응시원서 작성법, 문서작성법을 가르치는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이와 관련한 자격증 취득반까지 개설할 계획이다. 나아가 이 교육과정을 전국 음대 공식 커리큘럼으로 보급하기 위한 캠페인도 펼친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출범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대학 음악대학이 커리큘럼 중 10%만이라도 취업 관련 커리큘럼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 책은 그 10% 커리큘럼을 빼곡히 담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는 전국의 취업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음악을 공부하다 보면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 질문을 받는다. 전문적인 연주자로 진출하지 않는 한, 그 질문은 졸업이 가까울수록 초조와 긴장, 걱정으로 바뀐다.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이제는 이런 질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책 안에 답이 있다. 클래식이든 실용음악이든 음악전공자들은 진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오는 5월 8일(금) 오후 7시 삼익아트홀에서 출판기념 북콘서트를 개최한다고 공지하자 수백명이 댓글을 달았습니다. 전화도 쇄도하고요. 그만큼 음악가들은 취창업에 갈급해있습니다.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차후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 책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언제라도 정보를 나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