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현재 우리 사회 고령 인구는 얼마나 될까? 808만 4천 명이다. 전체 인구의 19.8%에 달한다. 가까운 미래, 2050년이면 무려 38.8%가 고령인구에 이른다.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인구가 65세 이상이 되는 셈이다. 늙은 국가고 계속 늙어갈 국가다. 그 어떤 정부가 출산율을 늘리기 위해 백약(百藥)을 쓴다 한들 무용한 발버둥일 뿐… 이 늙어가는 국가에 대해 사실은 누구나 걱정을 하고 있다. 이 많은 고령층 인구 중 일부는 치매로, 일부는 신체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국가 보호를 받는 사람들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스스로를 젊은 층이라고 생각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까?
이 문제를 가장 진지하게 생각하는 주체는 역시 ‘국가’다. 그래서 정부는 이들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창조적인 사업도 공모하고 나섰다. 그런데 공모사업 가운데 한 음악인이 시니어들의 건강을 위해 음악치료와 음악교육이라는 툴을 들고 나섰다. ‘뮤직E’와 ‘라온뮤직’ 등 두 개의 회사를 이끌고 있는 한숙현 대표다.
그는 플루티스트로 최근 시니어 음악교육 실습 일일교재인 ‘뮤직비타민’ 시리즈를 개발하고, 이들 시니어들을 음악치료적 관점에서 가르칠 수 있는 ‘음악치료사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오는 4월부터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은 음악치료사 양성과정을 개설하고, ‘시니어음악인지중개사’ 취득 자격을 부여해주기로 했다. 은퇴 세대의 폭발적인 증가에 맞춰 음악교육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늘도 음악교육 강의와 교재 편집, 각종 지원사업 공모, 파트너십 형성 등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CEO이자 플루티스트 한숙현 대표를 만났다.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에 음악인지중재사 양성과정 개설

한 대표가 최근 ‘뮤직비타민’ 개발을 마치고, 가장 바쁜 일정을 보내는 교육은 숭실대의 ‘음악치료사 양성과정’이다. 한 대표가 숭실대에 제안한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 음악치료사 양성과정은 3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10주 과정)는 ‘시니어 음악인지중재사 2급과정’으로 시니어 음악치료 이론 및 실기수업을 다루고 2단계(8주과정)는 ‘시니어 음악인지중재사 1급 과정’으로 음악치료와 시니어관련 심화이론 및 임상기술훈련을 커리큘럼으로 한다. 3단계(8주 과정)는 ‘시니어 음악인지 중재사마스터과정’으로 음악치료 협업 기관 임상 현장 실습을 주로 경험하고 배우는 과정이다.
1단계는 4월 2일부터 6월 4일까지, 2단계는 6월 18일부터 8월 6일까지, 3단계는 8월 20일부터 10월 8일까지 각각 수업을 펼치며 3단계를 마치면 협업기관으로 취업까지 연계할 계획이다.
한숙현 대표는 지금은 시니어 교육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시니어음악교육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학생들에게 플룻을 가르치면서 늘 답답함을 느꼈다. 어떻게 하면 쉽게 설명하고 즐겁게 가르칠까? 그게 고민이었다. 연주를 잘한다고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결국 숙대를 졸업한 그는 성신여대 음악교육학 석사과정에서 음악교육학을 더 공부했다.
“그런데 그것도 부족했습니다. 음악교육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학이야말로 꼭 필요한 학문이라고 판단해, 다시 한양대 교육학과 교육심리를 전공했죠.”
플룻을 가르치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학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만난 것이다. 그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교육의 원을 점점 넓혀가면서 새로운 세계를 확장해나갔다. 특정한 대상에게 의도적으로 음악을 가르치는 것보다 모든 사람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음악을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철학’이 형성된 것이다. 딱딱한 의자가 연상되는 ‘교육’(敎育)이라는 지식상자가 아니라, 일상에서 만지기만 하면 자동으로 음악이 흘러나오는 ‘뮤직박스’와 같은 음악을 보급하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양대가 아닌 다른 대학의 평생교육학과를 지원해 논문까지 쓸 작정이었지만 그 대학의 사정상 입학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한양대에 다시 도전해 교육학과, 특히 교육심리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죠.”
알다시피 음악치료에는 교육심리가 그 기저를 이루기 때문에, 교육심리를 선택해 공부한 것은 음악교육이나 음악치료에서 크게 도움이 되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입학, 치매앱 연구개발

그런데 그가 유아나 다른 초등교육 등 기초교육에 관심을 갖기보다 시니어를 선택해 실습과 교육을 병행한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사실은 할머니가 치매셨어요. 나중에는 뇌졸중으로 4년 동안 앓다가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와병 중일 때 ‘어떻게 하면 할머니를 즐겁게 해드릴까’ 늘 아이디어를 짜내곤 했는데, 아무리 애써도 피리를 불어드리는 것밖에는 없었어요. 할머니는 플룻을 피리라고 하셨거든요. 그래도 연주할 때는 늘 즐거워했습니다. 그런 할머니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세상의 모든 노인들을 위해 저의 재능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나 봅니다. 특히 인지활동이나 움직임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노인들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서 배울 수 있는 음악교육을 개발해보자고 마음먹었죠.”
그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4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하면서다. 음악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에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를 중소기업청에서 받아들여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치매앱’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그러나 액티브시니어가 아닌 일반 시니어들은 앱 사용이 어렵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토대로 사업방향을 ‘교재개발’로 바꾸었는데 그 교재가 바로 ‘뮤직비타민’이다.
“물론 학습지 개발로 끝난 것은 아닙니다. 사실은 이제부터 시작이죠. 시니어들이 중증에 걸렸어도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치매앱 개발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음악인들에게는 생소한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소개해보겠다. 중소기업진흥공단(KOSME)이 운영하는 이 학교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입교하는 창업학교로 CEO가 지녀야 할 기본 덕목은 물론, 실제 경영에 필요한 세무 회계, 조직관리, 경영 등을 전문가들로부터 교육받는 학교로 음악인들은 사실 ‘무관심하고 있는’ 학교 중 하나다.

특정악기교육이 아닌 율동이 있는 음악이론교육

한숙현 대표는 시니어교육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제안서 승인을 받기 위해 전남 광주까지 내려가 면접과 프리젠테이션 과정을 모두 통과했다. 드디어 사업을 시작했다.
“저희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앱을 통해 간호사와 간병인, 보호자, 환자 등 세 부분을 서로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한 쌍방향 음악치료 앱이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크게 환영받았고 지금도 계속 개발 중입니다.”
한 대표는 시니어 음악교재 ‘뮤직비타민’과 ‘숭실대 음악인지중재사 양성과정’ 개설에 이어 최근에는 ‘태교앱’을 개발하고 있다. 일반 태교앱은 대부분 임산부 출산까지만 염두하고 개발했지만, 한 대표는 출산 이후 자녀가 성장하는 단계에까지 연결하는 태교앱을 개발하고 나섰다. 음악을 듣고 즐기는 층이 훨씬 범위가 넓은 앱이다.
그는 태교앱을 개발하면서도 마음속 사업의 고향은 늘 시니어를 향하고 있다. 많은 어르신들이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게 너무도 안타깝기만 하다. 자신의 할머니에게 피리(플룻)를 불어주고 매일 음악프로그램에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거나 할머니가 즐겨 부르던 흘러간 옛노래를 노래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틀어드렸다.
“그래서 시니어들을 위한 악보를 선택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가 봐요. 목포의 눈물부터 미아리 고개까지 할머니가 듣던 곡들이 지금도 기억에 남거든요. 시니어 음악교재와 감상곡을 선택할 때 그런 곡들을 많이 선곡했습니다. 뮤직비타민 등 교재를 보면 굉장히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 겁니다.”
그가 이끌어가는 시니어 음악교육은 악기교육 중심이 아니다. 플룻, 오보에, 피아노, 오카리나, 기타, 하모니카 등 악기중심 교육은 각종 문화센터 등에 많이 개설돼 있다. 시니어뮤직은 이런 단편적인 악기교육이 아니라 신체율동을 하면서 음악이론을 배우고 게임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음악적 기운이 몸에 밸 수 있는 교육을 다루고 있다.

민간자격증도 취득, 시니어 교육 교사로 활동

“제가 피아노를 배운 것은 6살 때였어요. 할머니께서 피아노를 구입해주시고 학원에 등록시켜주셨거든요. 나중에는 플룻을 전공으로 선택해 멀리 떨어진 시골도시에서 서울까지 레슨을 다녔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게 저에게는 굉장한 은혜였고 혜택이었던 것이죠.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어머니 역시 유치원 대신 피아노학원에 보낼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고요. 그래서 그때 받은 사랑을 어르신들께 나눠주고 싶답니다. 악기를 가르친다면 ‘난 못해’ 하고 뒷걸음부터 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희 교육은 음악 속에서 재미있게 논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대표가 우선 타겟으로 설정한 시니어들은 앞서 언급한 액티브시니어층이다. 이들은 60대이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여전히 활동적인 분들로 일반 시니어들과 달리 노인들이 즐겨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또 문화센터 대신 금융기관의 PB센터 고객이나 각종 백화점의 쿠폰강의에 몰려오는 소비자들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뮤직비타민’을 가르치려면 교사들이 필요합니다. 그 교사 양성과정이 바로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의 교사양성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과정을 마치고 실제 시니어들을 가르치면서 그 경험을 토대로 석박사 과정도 진출할 수 있고요. 굉장히 열려있는 교육입니다.”
사실 음악치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전공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전공자들이 아니어도 사회복지사, 유아교육자, 보육교사 등 일반인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유아든 어르신이든 직접 교육을 하다보면 음악치료의 필요성을 깨닫기 때문이다. 일반 인터넷으로 음악치료과정을 이수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현장실습이다.
“누구든 제대로 배우려면 임상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점에서 숭실대 과정은 독보적입니다. 특히 음악전공자들은 민간자격증도 쉽게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치료와 시니어교육에 관심있는 분들의 도전을 기다립니다.”

글 김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