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음악교육의 문제점

 

기다림의 미덕

어릴 적 외삼촌 집에는 정원사가 있어 정원을 예쁘게 가꾸곤 하였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좋은 일이다. 정원사는 잡초를 뽑거나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버린 나무의 가지들을 베어내거나 괭이질로 흙을 고르면서 나무가 뿌리를 집 뜰 밑으로 잘 내려 꽃을 피우도록 작업한다. 이 작업의 과정에서 정원사의 정원관이 작용되어 그에 맞는 꽃은 뿌리를 내리고 살지만, 정작 살아남아야 할 것 중 정원관에 맞지 않은 꽃은 오히려 죽고 외면당하기도 한다.
교육에서 교사의 태도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교사의 지식이 많고 적고는 둘째 문제일 터. 수영을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가 있다고 가정할 때, 그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기 위하여 책방에 가서 수영법 책을 사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배우게 해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아이가 있다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수영에서는 우선 학생에게 수영할 기회를 주고 학생의 몸이 물에서 뜨기를 기다려야 한다. 건강한 아이가 며칠 계속해서 수영장에 가면 몸은 뜨게 마련이다. 그런데 수영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사는 수영을 지도한다는 명목하에 수영법 제1장을 펴서 그것을 익히게 한다. 그리고 준비운동법, 준비운동의 중요성, 물속에서 팔 놀리는 법 등을 교실에서 강의하는 식을 취한다.
이런 강의식 피아노 교수법이 행해지는 예가 피아노 교육 현장에서 무수히 발견되고 있다. 음악을 가르친다는 미명하에 음악의 수단인 악보를 목적으로 가르치고 있고(악보 보는 법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님), 기술이라는 미명하에 한 가지 에디션 속의 핑거링만 가르치듯 기초라는 미명하에 문법책을 외우게 강요한다면 그 교사는 살아서 마음껏 꿈을 펼쳐야 할 꽃을 죽이는 정원사와 같은 것이다.

올바른 가르침의 의미

서양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피아노가 발달되어 현재 미국의 다양한 피아노 교수법이 개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유독 한국의 학원가에서만 바이엘의 위력은 막강하다. 피아노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이 피아노교수법적으로 다양한 이해를 하기보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바이엘로 획일화한다면 아이들은 음악의 궁극적인 가치와 의미와는 결별하게 되고, 법의 노예가 될 뿐, 물속에서 스스로 체험하는 수영 능력을 외면하는 비예술가적 성향의 인간이 되고 만다.
한 번 더 강조키 위해 예를 든다. 어떤 사람이 화분에 꽃씨를 심고 매일 물을 주며 정성스럽게 키웠다. 가지는 해를 향해 뻗어 올랐다. 그런데 뻗어 올라가는 방향이 자기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그래서 가지를 손으로 매일 조심스레 만지며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가 부러지지 않게 조금씩 굽혔다. 물론 가지는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그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마냥 해 쪽으로만 향했다. 이 사람은 끈기 있게 그 가지를 자기 방향으로 굽힐 줄만 알았지 화분을 약간 돌림으로써 그 가지와 해의 방향 관계를 조정할 생각을 할 줄 몰랐다. 고집 센 그 사람은 가지가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그 가지를 좀 세게 자기 쪽으로 굽혀 버렸다. 그 결과 가지는 부러졌고, 드디어 나름대로 가장 잘 컸던 그 가지는 죽어 버리고 말았다.
자기 나름대로 끝없이 뻗을 수 있는 무한의 가능성을 지닌 어린 피아노 지망생이 숨도 쉬어 보기 전에 질식당해 버리는 예는 많다. 위의 모든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로 돌려버리는 독선적 선생일수록 그들에 의하여 배출되는 질식자의 수는 많아진다.
오세현 선생의 열피샘 카페를 중심으로 한 에듀클래식 인터뷰북 발간을 축하하며 화분의 위치를 조정하는 선생이 많이 속출되기를 진심으로 갈망해본다.

WRITE 김재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이론 전공 / 필리핀블라칸 주립대학원 졸업
현) 예솔출판사 대표, 웹매거진 예배음악 대표, 미래예술교육원 교수